지난 1년간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 중심에는 규제완화가 자리했습니다. 정부 출범 전부터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목표로 내걸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미국발 금리인상 여파로 부동산 경착륙 우려가 터졌고 시장은 지난 1년 가까이 거래절벽 현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깡통전세·미분양 해소·전세사기 문제는 현 정부의 시범대가 되고 있습니다.
깡통전세·미분양 해소·전세사기 문제는 현 정부의 시범대가 되고 있습니다. 표는 윤석열 정부에서 발표·추진한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표=뉴스토마토)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인 지난해 5월10일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를 비롯해 일시적 1세대 2주택 비과세 요건 완화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이는 윤 정부 출범 첫날 발표된 부동산 세제 완화 조치입니다. 이에 따라 최대 75%까지 치솟았던 다주택자 양도세율은 원점으로 돌아왔고 '일시적 2주택' 처분기한도 기존 1년에서 현재는 3년으로 전 정부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습니다.
정부는 부동산 보유 부담도 크게 줄였습니다. 당장 올해부터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 기준액이 6억원에서 9억원으로, 1주택자 종부세 과세 기준은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아진 데다 종부세 기본세율도 0.6~3.0%에서 0.5~2.7%로 낮아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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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규제 완화로 부동산 취득 문턱도 낮아졌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부터 그동안 금지했던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풀고 대출한도도 늘렸습니다. 또 추가 부동산 취득 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취득세율도 일부 완화하겠다고도 발표했습니다. 현재 조정지역 2주택이나 3주택자는 8%, 조정지역 3주택이나 4주택자는 12%를 부과하고 있는 취득세율을 2주택자는 1~3%의 일반세율로, 3주택자는 4%, 조정지역 3주택이나 4주택자는 6%로 낮추기로 한 겁니다.
투기과열지구 등 각종 규제지역도 대거 해제했습니다. 정부 출범 당시 총 161곳(투기과열지구 49곳, 조정대상지역 112곳)에 달했던 규제지역과 서울 18개구 309개동과 과천·하남·광명시 13개 동에 적용됐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현재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와 용산구에만 남은 상태입니다.
다만 일부 정책들은 국회에 발목이 잡혀 공수표가 될 분위기입니다. 취득세 중과 완화를 위한 지방세법 개정안을 포함해 재건축부담금 부과 기준을 현행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높이기로 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개정안, 분양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조항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 등이 꼽힙니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자고 쏟아낸 완화책들이 제때 시행되지 못해 시장 혼란만 초래한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부동산 관련 현안이 앞으로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고 지목합니다. 올 하반기부터 본격화될 역전세 문제를 비롯해 전국에 적체된 미분양 물량 등이 한국 경제 뇌관으로 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3명의 피해자가 숨진 뒤에야 나온 '전세 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 등 역시 뒷북 대책이란 지적이 여전합니다.
이 밖에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 문제는 부동산·건설 업계를 넘어 금융권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2년 전 고가에 거래된 전세 계약분 만기가 올 하반기부터 본격 도래하면 전세사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비책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국 미분양 주택이 7만가구를 넘어섰고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후 미분양도 증가 추세"라며 "공급과잉 지역에 대한 미분양 해소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조언했습니다.